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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주차 일기 본문
2026.06.04 (목) 정형외과를 가다
어렸을 때부터 고생했던 척추측만증과 회사 3년차 때부터 생긴 허리디스크.. 생각보다 임신 중에는 별로 아프지 않아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출산 후 나의 뼈를 재조립(?)할 수 있는 유일한 타이밍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더 나빠지지 않게 (나아지면 땡큐고) 하려고 현 상황 파악을 위해 정형외과를 갔다. 사실 워낙에 정형외과가 보험사 등골 빼먹는 각종 비싼 치료로 유명하고, 예전에도 1년 도수치료 받고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 엑스레이를 찍고 현 상황을 진단 받으려면 병원을 가야만 했다.
이제는 아기 때문에 동선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집 근처로 알아보았는데, 막상 가 보니 자칭 도수치료 전문 병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의사와 상담을 해 보니 뭔가 이전 병원보다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는 분 같았다. 슬프게도 5년 전 대비 측만증이 더 심해졌고, 임신의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더 깨진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을 병은 아니지만 참 내 인생 다양한 순간에 틀어진 뼈로 고생을 하는구나 싶어서 조금 울적해짐..)
비록 5년 전 대비 도수치료 가격이 30%나 올랐고, 7월부터는 관리급여라고 해서 도수치료 가격이 싸지긴 하지만... 남편이 출산휴가로 6월 한달 간 집에 있으니 그나마 편히 외출할 수 있고, 나도 최대한 빨리 사태 파악 & 치료를 하고 그 이후의 계획(필라테스 등)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록 원장이 좀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는 의사보단 낫겠지 싶어서 일단 속는 셈 치고 6월 한달 간 집중적으로 받아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차피 자연분만으로 예상치 못하게 분만 비용을 아끼기도 했고, 7월에 들어오는 회사 복지카드 찬스도 쓸 수 있으니..
2026.06.05 (금) 산후도우미 마지막 날
시간은 정말 빠르다.. 벌써 산후도우미 관리사 분이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이 집에 있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시도 때도 없는 수유로 심신이 미약해지고는 사실 이분이 출근하는 9시만을 기다려왔다. 아무리 아기 케어 / 요리 / 청소 포함 집안일이 이분의 공식 업무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한 사람이 이걸 다 해낸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묵묵히 잘 하시고 나와 결도 맞는 분이었다. 가끔씩 뉴스에 나오는 불량한 케이스들 때문에 걱정이 되어 홈캠도 달아 놓긴 했지만 전혀 그걸 확인할 필요도 없이 믿을 만한 프로셨다. 마지막 날 퇴근 시간 무렵 젖 먹던 우리 아기를 보며 인사를 하시는데 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던지... 비록 나와 아기의 인생에서 15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마치 조리원 나올 때 신생아실 선생님이 우리 아기한테 멋진 남자로 크라고 했을 때 울컥한 느낌이랄까)
이제 다음주부터는 오롯이 나와 남편이 한 달간 육아를 하게 된다. 육아란 참 신기하다. 이 순간이 너무 힘들어서 지나가길 바라면서도,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해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선거철에 주식 불장 등 세상은 시끌시끌한데, 그 모든 세상과 단절되고 오롯이 아기만을 바라보며 지내는 이 시간이 정말 특별하다.
2026.06.08 (월) 보건소 가정방문, 드디어 울음이 터지다
2주 전에 예약해 두었던 보건소 생애초기 가정방문 서비스를 오늘 받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만족! 1차 영유아 검진보다 더 자세하게 진찰해 주시고 설명해 주시는 게 너무 감동이었다. 이게 유료 서비스라고 해도 매달 받고 싶은 지경.. 이걸 통해 알게 된 것:
- 생각보다 피부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너무 수유에만 몰입한 나머지 피부 관리에 소홀했더니 지루성 피부염, 발진, 덜 마른 배꼽 등 사소하지만 다양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육아는 다마고치가 아닌, 실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 이제 먹놀잠에서 '놀'도 신경써야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여태까지 수유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놀은 거의 트림 시키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터미타임도 그냥 안고 있을 때 하는 정도, 엄마가 왔을 때 2-3번 정도 한 게 다였다. 신생아 때부터 열심히 터미타임을 한 아기들과 다르게 고개를 잘 못 돌리는 것을 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오늘부터 하루 3회 열심히 해야지.
- 우리 아기는 순하다. 산후관리사 분도 말씀하시긴 했지만 역시나 이분도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 보면 맞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이렇게 순한 아기도 울 정도이면 우리 스킬 부족이라는 뜻... 앞으로 아기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해서 아기랑 합을 잘 맞춰 가야겠다.
이렇게 성공적인 가정방문을 오전에 마치고, 순식간에 오후가 지나가고 저녁이 되었다. 역시나 낮과 다르게 훨씬 칭얼거리고 우는 비중이 잦아졌고, 또 역시나(?) 며칠째 그러듯이 새벽에 눈 말똥말똥 뜨고 죽어도 자지 않거나, 겨우 재워서 내려두면 30분 이내에 깨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태까지는 남편이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젖물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가정방문에서 젖물잠이 위험하다는 걸 듣기도 했고 (물론 독사과 같은 거라 간호사 분도 충분히 공감했지만) 앞으로 한달 간 남편도 출산휴가로 같이 있기 때문에 젖물잠을 택하지 않고 과감히 수유만 끝내고 남편에게 넘겼다... 물론 남편도 한 텀 끝나고 지친 상태로 나에게 넘기고.. 이렇게 번갈아가며 교대로 새벽을 지냈다. 하지만 역시 아기는 30분 이상 제대로 잔 적이 없어서 결국 남편과 나, 아기 셋 모두 지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7시 경이었나.. 해가 뜨고 나서도 금방 울기 시작한 아기를 보고 도저히 못참은 나는 큰 소리로 성질을 내게 되었다. 짜증에 짜증으로 대응을 해버린 것.. 물론 아침에 간호사 분이 아기가 울면 그 우는 소리보다 더 크게 다른 소리를 내면 잠시 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해서 그걸 응용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런 의도보다도 나의 절규(?)와 분노에 가깝긴 했다. 분명 산후우울증 대신 산후행복감이 왔다고 자신한 나였는데... 그런 행복함은 어디가고 수유할 때부터 피곤한 몸으로 트림 시키기와 재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안고 토닥이면서도 '이러다가 결국 내려놓으면 또 금방 깨겠지' 하는 비관적인 생각만 들었다. 도저히 못 참은 나는 남편을 깨워 교대를 했고, 스트레스와 피곤이 갑자기 폭발해서 서럽게 울었다. 나도 울고, 아기도 울고, 남편은 우는 아기 진정시키느라 내가 우는 건 듣지 못했을 것 같은데 살짝 들었나보다. (하지만 와서 위로해줄 수 없는 상황) 정말 이렇게 제대로 된 잠 못자고 계속 지내면 정신병 걸리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이래서 예전에는 비인간적으로 보였던 수면교육을 모두가 하는 거구나 하는 처절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 이틀 후면 6주 시작이니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면 패턴 정확히 관찰하고, 수면에 대한 공부도 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이번 주를 보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