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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s Library
2025.12.19 임신 20주차의 기록 본문
나름대로 임신하고 일기를 열심히 써봐야지 했건만 결국 이렇게 한달에 한번 쓰는 것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20주에 접어들게 되어 달라진 임신 증상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1. 초기 때에는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 때까지 배가 안고플 정도로 소화가 느렸던 반면, 지금은 그 증상이 훨씬 좋아졌다. (놀랍게도 입덧이 완화된다고 하는 12주가 되기 하루 전부터 마법같이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제 일반인처럼 점심을 먹고 나서 저녁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다만, 밥을 먹고 소화가 잘 안되는 증상은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아예 사라지진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배불리 먹었을 때 배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은 새로 추가되었다. 아무래도 입덧은 사그라들었지만 아기는 더 커지고 있으니, 위가 눌리면서 생기는 소화불량/불편함은 출산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계속되나 보다.
2. 낮에 졸린 증상도 크게 줄어들었다. 단축근무가 곧 끝나갈 때에는 앞으로도 계속 졸리면 어떡하지 싶었는데 다행히 졸리진 않다. 다만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누워 있으면 취침시간이 아니더라도 금방 잠에 들어버리는 건 똑같다. 아무래도 낮잠이 아예 없어지진 않고 저녁까지 밀리는 게 아닌가 싶다.
3. 10월 초 임신 초기 증상을 기록했던 때에는 없었지만, 8-14주 이 정도에는 거의 매일 코피가 났었다. 고3 때에도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서 코피가 났고 그 이후로는 잠잠했는데, 이 증상이 임신 때 다시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다행히 14주 이후에는 매일 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따금씩 코를 풀었을 때 피가 비치는 증상은 지속되고 있다. 그나저나 이 증상이 줄어들고 나서도 좀 미스테리해서 산부인과에 얘기했는데, 이걸 언급함으로써 다행히 (일반 임산부 같으면 24주에 검사하게 될 것을) 더 일찍 헤모글로빈 수치를 검사하게 되었고, 미리 빈혈을 알아내어 철분제를 보강하게 된건 참 다행이다.
4. 임신 초기에 심했던 변비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지만 성격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초기에는 화장실에 가는 빈도도 매우 적고 (5일에 한 번 정도), 화장실에서도 너무 고생을 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푸룬도 먹고 유산균도 먹고 별걸 다 했더니 개선이 되었다. 그런데 12주 이후 철분제가 포함된 종합 영양제를 먹어서 증상이 다시 나빠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 흑변 외에는 빈도나 고통지수가 낮은 것이다. 3번에서 언급한 것처럼 16주 이후 철분제를 훨씬 더 많이 먹고 있는 지금, 내가 따로 푸룬/유산균을 먹고 있진 않지만 고통지수는 여전히 낮다. 물론 빈도도 낮은게 문제긴 하지만 이건 내가 푸룬/유산균을 안 먹기 때문이고 다시 먹는다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근데 왜 이렇게 푸룬/유산균 먹기가 귀찮은거지..ㅋㅋㅋ)
5. 17주 3일에 병원에 철분제 처방 받으러 갔을 때 분만 방식 생각해봤냐고 물어봐서, 허리디스크랑 척추측만증이 있어서 자연분만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임신 후기로 갈수록 허리가 더 아파지는 산모들도 있으니 일단 지켜보면서 결정하자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허리 아픈 증상은 전혀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한 다음 날부터 저녁에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좀 아팠다. 평소 걸어다니거나 앉아 있을 때에는 상관 없는데 정면으로 누워서 자면 허리가 아프다. 나도 결국 제왕의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인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6. 주변에 임신한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18-19주부터 태동을 느꼈다고 하길래 나도 18주부터는 설레는 마음으로 태동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게 태동인지 장이 움직이는 건지 헷갈린다. (아마 둘 다일수도..) 어쩔때 보면 자고 일어났을 때 마치 아기가 머리를 들고 있는 것처럼 배의 특정 부위가 조생귤처럼 살짝 튀어나와 있기도 하고,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안에서 밖으로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태동이라고 확정 지을 만한 확신이 들진 않는다.
***
증상과 별개로 요즘 드는 생각은, 임신을 하고 나니 내 삶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회사를 다니게 된 시점이, 그리고 그 이후에는 결혼이 큰 챕터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임신을 해 보니 그건 소챕터 정도인 것 같고 진짜 새로운 시작은 임신/출산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임신을 하고 나서 내 이전 삶을 자꾸 정리하려고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기를 맞이할 집안을 과감히 정리하기도 하고,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보던 드라마, 영화, 음악, 책을 다시 감상하며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마치 시한부를 선고 받은 사람처럼 말이다. 아리와 함께할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앞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좋아하고 즐겼는지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개월이 지났으니 어떻게 보면 벌써 절반이 지났다. 한주 한주가 천천히 지나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훌쩍 가 있는 게 시간의 속성인 것 같다. 이제 오늘 태아보험만 가입하고 나면 시간에 쫓기며 해야 할 일은 다 끝나는 것이니, 조금은 더 여유롭고 차분하게 내 이전 챕터를 정리하고 새로운 챕터를 준비하는 설레는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