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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다시 꺼내든 [어린왕자]

kye2330 2022. 12. 2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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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토요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식물원을 갔는데 거기 바오밥나무 앞에 어린왕자 피규어가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어린왕자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어른들의 동화라고 하지만 난 어렸을 때 어린왕자를 여러 번 읽었다. 책을 그다지 즐겨 읽는 어린이는 아니었는데, 어린왕자라는 인물을 비롯해서 책 구석구석에서 비현실성과 신비로움이 느껴졌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걸 보면 난 정말 타고난 INFP이다. 남편은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었을 때, 이미 삼국지 같은 자극적인 내용(?)을 읽기 시작해서 재미가 없어서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한다. 참고로 남편은 INTP이다. ㅋㅋㅋㅋ)

 

다시 한 번 그 추억을 꺼내 보고 싶어서 회사 도서관에서 어린왕자를 빌렸다. 회사에 있던 책은 1998년에 인쇄된 책으로 무려 24년 전에 나왔기 때문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누런 종이, 너덜너덜한 표지, 마지막 장에 붙어 있던 대출기록표..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책 자체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한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언어에 좀 더 예민해진 어른으로 큰 내가 오랜 세월이 지난 책을 다시 읽어보니, 한국어도 꽤나 많이 달라졌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물론 '-읍니다' 수준의 거슬리는 차이는 아니지만, '반가워하다'가 아닌 '반가와하다'로 적혀 있고 ('반가와하다'가 당시에도 틀린 것인지, 아니면 맞춤법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걸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그 외에도 시간여행 한 것 같은 표현들이 꽤 많았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고 책은 이미 반납해 버렸다. 아무래도 이번엔 언어 연구의 목적으로 다시 빌려 와야겠다. ㅋㅋㅋ

 

책은 짧기 때문에 금방 읽었다. 20년 전이긴 하지만 여러 번 읽었기 때문에 내용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런 내용도 있었네?'하는 부분이 좀 있었다. 특히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 전에 여러 별을 들렸다 온 것, 그리고 지구에 1년이나 있었던 것은 기억에서 잊혀졌다. 새로운 해석도 알게 되었는데 (책 끝부분에 해설이 나와 있었다), 마지막에 어린왕자가 쓰러지는 게 독사에게 물려서 죽은 것이라고 한다. 워낙 신비로운 존재로 나오기 때문에 해석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어린왕자가 다시 별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죽음으로써 별로 다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죽음이라고 해석을 해 버리니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어린 시절 죽음이라고 깨닫지 않은 게 다행이지 않을까. 그때 어린왕자가 죽었다고 알았다면 더 슬펐을 것 같다.

 

어린왕자가 화자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는 점, 화자의 보아뱀 그림을 단박에 안다는 점, 화자가 말하지 않았지만 비행기를 고친 것을 안다는 점 등을 보았을 때, 어린왕자가 한편으로는 화자의 또 다른 (순수한 어린시절의) 자아를 상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극도로 외로운 상황이니, 어린 시절의 그런 모습이 생각이 날 수도 있겠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어린왕자의 존재는 상상하기 나름이다.

 

어렸을 때는 화자와 어린왕자가 얘기하는 그 어른들이 나와는 아예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가 그 중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분명 화자와 어린왕자에게 더 공감하는 어린이었는데, 지금은 비판 당하는 그 어른들의 모습도 꽤나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 하지만 책에서도 나오듯이 그 어른들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어른으로서 세상을 살아 가려면 어쩔 수 없이 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드는 생각은 '어린왕자처럼 되자'가 아니라, '가끔은 어린왕자처럼 되어보자'가 더 가깝다. 현실에 너무 치여서 내면의 어린왕자다운 모습을 잊거나 지우지 않고, 그런 생각이이나 감정이 밀려올 때면 충분히 느끼면서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자는 생각. 책 속의 어린왕자는 쓰러졌지만 내 마음속 어린왕자는 항상 동행하자는 생각. 아무래도 어렸을 때처럼 어린왕자를 몇 번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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