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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에 대한 글 추천: 언어학자가 바라본 lol

kye2330 2022. 3. 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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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LOL은 "Laugh(ing) out loud"의 준말로, 한국어의 'ㅋㅋㅋㅋ'에 해당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ㅋㅋㅋ도 단순히 웃길 때만 쓰는 것은 아니듯이, lol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웃긴 상황을 넘어서서 다양한 기능을 갖게 되었고 이 현상을 연구한 언어학자들도 생겼다. 아래 글은 lol에 대한 언어학자들의 생각과 관점을 정리해 놓은 글로, 언어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다.

 

https://www.vice.com/en/article/akvqgk/why-we-use-lol-so-much?utm_source=pocket&utm_medium=email&utm_campaign=pockethits 

 

Why We Use “lol” So Much

The word rarely means “laugh out loud” anymore, but you probably knew that lol.

www.vice.com

 

흥미로운 부분을 정리하자면:

 

LOL/lol은 대략 1980년대에 최초로 사용되었다. 정확한 출처/시발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어찌 되었든 거의 인터넷 태동기부터 존재했던 표현임은 확실하다.

 

LOL/lol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장에서 두 가지 위치로 사용되는데, (언어학자 Schneebeli)

1) standalone lol: 문장에서 단독으로 사용

2) lol at the end of a sentence: 문장 끝에 마침표를 대신하여 쓰임

 

1)은 기존 의미와 기능을 유지하는 편이라면, 2)는 "pragmaticalization"을 겪고 화용론적인 기능을 갖게 되었다. (즉 "pragmatic/discourse marker" 역할을 부여함)

 

화용론(pragmatics)부터는 언어학의 한 분야로 좀 더 깊게 들어가긴 하는데, pragmatic marker란 담화에서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uh, hmm, so, okay, well 같은 표현이 대표적인 pragmatic marker로, 사전적 의미 이상으로 사람들이 대화에서 자주 사용하며 문장의 빈 자리를 채우거나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lol도 공감을 표시하거나, 상황의 심각성을 약간 누그러뜨리거나, 상황을 비꼬거나 하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에서는 "downplay"라는 동사를 사용했다.)

 

예문 1: I’m so depressed lol.

한국어로 치면 '우울하넹 ㅋㅋ' 이런 것..

 

예문 2: I don't know how I'm going to finish all these slides for class lol.

한국어로 치면 '이거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끝나는 걸까 ㅋㅋㅋㅋ'


예문 3: I can’t believe we’re living through a pandemic, lol.

한국어로 치면 '우리가 판데믹을 겪고 있다니 ㅋㅋㅋ'

 

위 예문을 보면 내용 자체는 심각하고 진지한 상황이지만, lol을 붙임으로써 상대방이 너무 진지하게 응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대방에게 부담을 덜어주거나 약간의 공감을 호소하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외국 친구들과 얘기할 때 lol을 꽤나 많이 쓴다.

 

심지어 영어권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도 lol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에서도 lol에 해당하는 자국어 표현이 있지만 lol을 그대로 더 많이 쓴다고 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ㅋㅋㅋ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신기했던 건, lol이 등장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아무래도 인터넷을 자주 하지 않은 윗 세대들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LOL을 잘못 사용하는 웃픈 사례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BBC에 보도된 사례라고 하는데, LOL이 "Lots of Love"의 준말인 줄 알고 이런 상황에서 썼다고..: Your grandmother has just passed away. LOL. 예문 진짜 잘 뽑음 ㅋㅋ

 

이건 한국어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생각나는 사례는 "ㅇㅇ"이다. 흔히 "그래, 알았어, 응"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맥락상 굉장히 귀찮아 보이고 대충 쓴다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친하거나 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ㅇㅇ"을 안 쓰게 되는데, 윗 사람 중에서 "ㅇㅇ"을 마치 대화를 끝내는 표식으로 쓰는 사람이 있었다. 나보다 훨씬 윗 사람이지만 대화를 시작할 때는 존대를 하다가 대화가 다 끝나면 (끝내고 싶으면) "ㅇㅇ"로 마무리를 한다는 ㅋㅋㅋ 나만 이게 좀 이상하게 느껴지나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어봤는데 다들 비슷하게 느꼈나보다. 아무튼 이런 사례를 보면 인터넷에서 생긴 약어/슬랭들도 엄연한 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의 'ㅋㅋㅋ'도 사실 lol만큼이나 연구할 것이 많다. ㅋ의 개수에 따른 뉘앙스 차이, 세대별 ㅋ의 사용이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발견한 건, 90년대생 이후로는 마침표 역할을 하는 ㅋ의 개수는 2개-3개이고, 그 이상으로 사용했을 때 매우 웃기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만약 ㅋ을 한 번만 쓴다면 약간 자조적인 의미를 담거나 시시한 얘기를 할 때라고 인식해서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예: '교수님이 나 C 줬더라..? ㅋ') 그런데 90년대생 이전 사람들 중에서는 생각보다 마침표의 역할로 ㅋ을 한 번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자조적 의미 전혀 없이) 물론 개인적인 경험이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당시만 해도 카카오톡이 없었고 SMS 한 글자 한 글자가 소중했던 때라 ㅋ 하나로도 많은 의미를 담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basically"가 미국 영어에서 점차 pragmatic marker의 성격을 갖게 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졸업 논문을 작성했기 때문에, LOL을 새로운 pragmatic marker라고 주장하는 이 글이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과거에는 인터넷 상의 대화를 그냥 틀린 표현으로 치부하여 연구 대상으로 삼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언어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자 연구 대상으로 자리잡아 가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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