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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 (1) 시험

kye2330 2024. 12. 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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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결국 12월 1일이 되어서야 11월의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승진 가점 딴다고 투운사 공부를 시작했던 게 7월 말인데 11월 3일에 시험을 보고 14일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D

 

주변에 생각보다 투운사를 합격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는데, 전공자가 아님에도 기출문제집 하나만 몇 번 돌리면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이론 공부도 없이 기출문제만 풀어서 시험을 보는 건 내 적성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차피 인강 수강료도 모두 회사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이참에 투자 공부도 제대로 할겸 투운사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흔히들 많이 하는 사이트에서 이론+기출문제 세트 강의를 결제했고 약 3개월간의 장정을 시작했다.

 

세제, 금융상품, 부동산, 해외투자 등 1, 2과목은 조금 낯설긴 해도 아주 어려운 내용은 아니고, 유용한 내용도 많아서 따라갈만 했다. 하지만 3과목이 복병이었는데, 채권과 파생상품은 아무리 들어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내용이 많았다. (게다가 외워야 할 공식은 엄청나게 많다..) 결국 주식을 제외한 채권과 파생상품은 초반에 아주 기본적인 개념만 공부하고 그 뒤는 아예 포기했다. 처음에는 만점을 받아보자는 패기로 시작했는데, 3과목이 과락의 위기에 처하자 자연스럽게 합격 커트라인인 70점만 넘기자는 소박한 목표로 바뀌었다. ㅋㅋㅋ

 

농부가 연장 탓 하고 싶진 않지만, 인강이나 교재의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공부가 조금 더 힘든 것도 있었다. (시험 특성상 깊게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아서인가.. 내가 그냥 지식이 부족해서인가..)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따로 유투브를 찾아보거나, 아니면 수학 천재(?)인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생각보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을 아주 많이 잊고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ㅋㅋㅋ 예전에 배운 수학 개념을 다시 공부하는 것도 나름 신선하고 재밌었다. 남편의 강의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공부하면서 느낀 또 다른 점은 나의 기억력이 많이 감퇴했다는 것이다. 어제 배운 것도 오늘 다시 떠올려 보면 잘 기억이 안나고, 일주일 전에 공부한 건 아예 공부했다는 것조차 기억이 잘 안날 때가 많았다. 30대가 되어서 그런가 ㅋㅋ 그리고 공부만 하려고 하면 어찌나 졸리고 딴짓이 하고 싶은지.. 학생 때는 공부 안하거나 못하는 애들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정도인데 나이 훨씬 들어서 학교를 졸업하거나 학위를 따는 만학도들은 정말 대단한 거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세상엔 참 공부할 게 많으니 겸손하게 살며 배움을 놓지 말자는 것이다. 3과목 주식 파트는 동학개미운동의 일원으로서 몇 년간 여러 영상을 보면서 익혔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는데, 채권과 파생상품은 완전히 신세계였다. 아마 투운사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채권이 투자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원리를 공부하거나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몸 담은 업에 대해 깊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랑 크게 관련이 없는 분야도 배워보면 그 만큼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시험을 복기해 보자면, 1과목은 내가 처음 보는 지문들도 여럿 나온 걸 보아 살짝 어렵게 출제되었고, 2과목이 상당히 쉽게 나왔다. 꼬아서 나온 문제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3과목은 기본 개념 문제 말고는 거의 푼 게 없어서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본 개념 문제는 쉽게 나왔다. 그래도 100% 맞을 것으로 확신하는 문제를 세어 보니 72개였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투운사 카페를 들어가보니 다들 쉽게 나온 것 같다고 해서 시무룩...ㅋㅋㅋ (내가 바로 만학도였나 싶은..)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 점수를 조회해보니 89점으로 합격했다. ㅋㅋㅋ 아리까리한 문제를 많이 맞혔거나 3과목에서 찍은 문제들이 운 좋게 맞았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이건 기적이다.

 

 

사실 일년에 3번 있는 시험이고 이번에 당장 합격할 필요도 없었지만, 막상 공부하다 보니 분량도 많고 난이도도 있는 편이라 길게 끌지 않고 한번에 해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래서 은근히 공부하는 3개월간 불안과 압박에 시달렸다. 이젠 모두 끝나고 해방이라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3개월간 시간이 날때마다 책을 피거나 컴퓨터를 키고 공부를 하는 것에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살짝 공허하긴 하다. (이게 시험으로 점철된 인생의 폐해인가..) 아무튼 투운사는 해피엔딩인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