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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Study - Language

Application에 대한 단상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법)

kye2330 2020. 2. 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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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ication이란 '응용 프로그램'을 뜻하는 표현으로,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만 해도 생소했던 단어인데 스마트폰 시대가 다가오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컴퓨터 용어로 자리매김하였다.

 

한국어로는 이 단어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물론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번역해서 쓸 수도 있으나, 여섯 글자나 되기 때문에 간단한 표현이 필요했다. 스마트폰의 시대에서 허구헌 날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는 App으로 줄여 쓰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받아 '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플'이라고도 한다. 한국인이라면 분명 두 표현을 모두 들어보았을 것이다. 둘 중 무엇을 선호하느냐는 개인의 차이도 있겠지만, 구글에서 단순히 사용빈도를 조사해본 결과 '앱은 3억 7천번, '어플'은 5천만번 쓰였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 초기 시대에는 어플이 많이 쓰였으나, 점차 사람들이 앱에 익숙해진 것 같다. 물론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두 표현의 사용 빈도를 시대적으로 나눌 수 있다면 더 흥미롭겠다. (그런 한국어 코퍼스가 있나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서 내가 집중하고 싶은 것은 '어플'의 탄생 배경이다. 영어에선 절대 '어플'이라고 줄이지 않고 무조건 App이라고 하는데, 왜 한국인들은 어플이라고 부를까? 나는 그 이유가 한국인의 한국어 사용 특성/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순전히 나의 가설일 뿐이다. (잡설..)

 

새로 등장한 단어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존재감을 내뿜기 위해서는 잘 들려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앱이야.'라는 말을 했다고 치자. 앱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이 들었을 때는 이게 '앱'이라는 것인지, '애비'라는 것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물론 문맥상 '애비'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앱'이 익숙하지도 않기 때문에 명확한 의사전달이 안된다. 그렇다고 영어 App처럼 장음으로 발음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없고 말이다. ㅋㅋㅋ (실제로 그러면 너무 웃길 것 같음..) 그러나 '어플'이라고 하면 적어도 듣는 사람이 어플의 뜻은 몰라도 '어플'로 듣기가 쉽고, 의사전달은 좀 더 명확해진다. '이 어플이야'라고 하면 상대방은 '어플이 뭐야?'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이 앱이야.'라고 하면 '뭐라고?'라고 되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나도 뭔가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윗사람들에게 얘기해야 할때는 일부러 어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가설도 생각했는데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 좀 더 생각해보고 보완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과연 이 application을 뭐라고 부를까?

应用软件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말그대로 응용 소프트웨어라는 뜻인데, 줄여서 软件이라고도 하는 듯.

 

그런데 최근에 중국어 팟캐스트를 들으며 또 깨달은 게 있다. 应用软件이라는 표현 말고도, 그냥 알파벳으로 대놓고 APP라 쓰고, [에이피피]라고 알파벳 하나하나를 발음한다. 스크립트 없이 듣기만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에이피피]라고 들었을 때, 이게 무슨 단체 이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merican Political Party 뭐 이런건가 ㅋㅋㅋㅋ 어떤 외국어도 한자로 만들어버리는 중국이기 때문에, application이란 의미로 APP를 대놓고 쓸 거란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 요즘 중국인들은 개방적이어서 APP이라고 쓸 수도 있지. 그렇다면 왜 [에이피피]라고 발음할까? [앱]도 아니고 말이다. 그 이유는 중국어 때문으로 추측한다. 중국어에는 p로 끝나는 음절이 없다. ng 혹은 n 뿐이다. 과거에는 다양한 받침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광동어에만 그런 발자취가 남아 있다. 현대 중국어 (Mandarin)에는 [ei]와 [pi]는 존재한다. 아주 자신있게 발음할 수 있다. 그러니 [ei pi pi]라고 발음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어에서는 최대 2음절 ('어플')로 발음하기 때문에 [에이피피]가 좀 번거로워 보이지만, 중국인들도 그들에게 편한 방식을 나름대로 찾은 것이다.

 

같은 외국어여도 각 나라의 언어 특성에 맞춰 외국어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내가 제일 관심이 많은 주제이기도 하다. 비록 영어, 중국어 이외의 언어는 잘 모르지만 다른 언어의 application 표현법을 찾아봐야겠다. 이왕 찾는 김에 application 말고도 신종 외래어 (비트코인, 블록체인 등)도 함께 연구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