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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Think

2020.04.15 휴일의 생각 (앞으로 준비할 세 가지)

kye2330 2020. 4. 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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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혼돈에서 새로운 질서를 파악하고 그 질서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혹은 더 많은, 좋은 기회를 누리고), 새로운 질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기존 질서 속에서 빌빌대며 살 것이다. (이미 기존 질서 속 파이는 작아진 상태이므로.) 이 새로운 질서란 사실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유투브에 조금만 찾아봐도 세계적인 석학,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예측을 하고 있고, 실제로 주변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그걸 나의 삶에 접목을 시켜봐야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성숙한 미래(새로운 질서)에 지금 나의 일 중 '미개하다'라고 생각할 만한 것이 있을까?

평소에는 이런 일들을 하면서 불평 불만만 가득했는데, 미래에 부끄럽지 않도록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든다. 내가 실제로 바꿀 힘/능력이 없더라도, 그걸 실천하고 있는 사례를 배우거나, 실천할 계획을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지 않을까? (나의 사회적 위치나 능력, 환경이 변하면 그것들을 바꿀 수도 있으니..)

 

실례를 들자면 끝도 없는데, 그것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5년 전 학교에서 들었던 미시경제학 수업이 기억난다. 교수님께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관련 개념을 설명해주시면서, 대부분이 보험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라고 하셨다. 보험사는 최대한 모든 정보를 얻고 싶어하지만, 계약자는 본인에게 불리한 정보는 최대한 감추려고 한다. (같은 패턴이 재보험에서도 일어난다.) 반대로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하도 이런 일이 일어나서 지금은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생겼지만, 사실 아직도 이런 관행은 남아 있다. (특히 기업보험에서 계약자(기업)는 일반 개인 계약자와 다른 성격을 가진다.) 실제로 업계에 몸을 담군 내가 체감하는 비대칭성은 상상 그 이상으로 크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비지니스란 누군가는 잃고, 누군가는 얻는 것이니. 하지만 실제로 일하는 직원 입장에선 비대칭성으로 인해 매우 비효율적이고 쓸데 없는 업무가 많다. 예를 들어..

1. A라는 업체로 송금을 하면, 그 A 업체는 우리가 송금내역을 따로 알려주기 전까지 본인의 계좌에 들어온 금액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우리 회사에서 보낸 것과 송금일자는 알 수 있지만, 어떤 계약과 관련된 것인지 따로 자세히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냥 계좌에 붕 떠 있는 돈일 뿐이다. 어떤 담당자가 언제 무엇 때문에 송금을 했네 마네 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서 (특히 담당자가 많고 거래규모가 클수록 혼돈 그 자체..) 다른 일의 방해를 받는다. 송금을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어야지 너무 꼬리가 길다는 것.

2. 각국에 퍼져있는 계약자들의 내년 사업계획을 취합하기 위해, 각국 중개사에 파일을 뿌리고, 회신을 받으면 다시 취합해서 내용을 적절히 다듬은 뒤 재보사와 협의를 한다. 갱신할 때 (1년에 한번)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3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짓을 하고 있다. 상황이 심해지면 매달 해야한다고 한다. 어차피 각국의 창고업자 데이터베이스에 우리 시스템이 바로 붙으면 쉽게 가져올 수 있는 것을, 매번 여러 업체를 거쳐서 물어봐야 한다.

3. 심사라는 업무를 하고 있어서, 심사조건을 전산에 심어 놓으면 그것에 따라서 자동으로 필터링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심사조건(룰)이란 것이 절대 완벽하게 걸러내거나 하지 않는다. 심사를 무조건 해야하는 것인데도 누락되는 경우도 있고, 심사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매번 올라와서 수기로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언제 한번 룰을 싹다 파악하려고 룰 리스트를 받았는데, 100개 이상은 되었고, 그 수많은 룰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의 룰을 추가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를 예측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 사례는 계약자-보험사 간의 비대칭성이라기보다는, 정책-시스템 간의 비대칭성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진 정책을 모두 전산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스템에 반영할 수 없어서 계약 체결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위 비대칭성을 해결하려면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1.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 개선을 하려면 그게 시스템 개선이든 무슨 개선이든 일단 이 문제의 업무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남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스스로만큼은 자부심을 느낄 정도.

2. 개선 방식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 내가 개발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개발자의 머릿속을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건 서비스기획자 인턴했을 때 깨달은 점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프로그래밍도 간단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업무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SQL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고, 파이썬, 자바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3. 주변 사례를 알고 있어야 한다 - 완전히 독창적이고 세계 최초의 개선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미 충분히 개발을 한 사례를 알면 도움이 된다. 그러려면 국내 동종 업계의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적절한 친분을 유지해야 하기도 한다. 또한, 해외 사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보험 관련 해외 선진 사례는 우리나라 매체에서 심도있게 다루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개인보험은 그나마 좀 있는데 기업은 거의 없다) 내가 직접 알려면 외국어도 잘 해야 한다.

 

위 세 가지를 준비하려면 필요한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기본 나의 업무에 충실할 것. 그냥 기계적으로 매일 같은 일을 하지 말고, 잠시 여유를 갖고 거시적으로 일을 관찰하거나 정리해볼 것. 혹시라도 평소에 놓치고 있던 것, 궁금했던 것이 있다면 해결할 것.

2. 회사 동료, 동종 업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것. 꼭 친구처럼 친해지라는 게 아니고, 상부상조하는 관계 유지.

3. SQL,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할 것

4. 테크 관련 뉴스를 계속 읽을 것. (꼭 보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의 적용 현황을 알아야 함)

5. 중국어, 영어 공부를 계속 할 것.

6. 해외 테크/보험 관련 뉴스를 계속 읽을 것. (실제로 앱 다운받아서 여러 가지 구경해봐야 함)

 

1, 2번은 근무시간에 하는 것이니 크게 부담되진 않고, 4, 5, 6도 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하는 데 이미 익숙해진 상태이다. 3번은 집에서 앉아서 천천히 해야하는 것이니 나의 기존 스케줄에서 새로 끼워넣어야 하는 항목이다. 기존 스케줄을 어떻게 조정할지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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