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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체 연구 (1) - 아사리판, 말다 본문
최근에 광고업계에서 자주 쓰는 은어(?)에 대한 인터넷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회사는 돈 버는 게 목적이다보니 언어의 바른 사용보다는 효율적인 사용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이 표현이 외래어이든 용법이 잘못 되었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즉 서로 알아만 들으면 그냥 쓰는 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비효율적인 언어 사용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멋드러지게' 보이기 위함이다. 상사에게 보고를 하거나, 고객(사)에게 보여줄 때 최대한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학도까지는 아니어도 언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입사하고 꽤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중 몇 가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1. 아사리판
생각해보면 이 표현도 입사 후 처음 들은 것 같다. 쉽게 말하면 '개판'인 상황에서 쓰인다. ㅋㅋ 내가 속한 업계는 인지산업이기 때문에 공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서로들끼리 협의만 하면 바로 돈이 오고 간다. 그래서 그런지 그 협의가 틀어지면 (즉 그 판이 틀어지면) '아사리판'이라고 자주 말한다.
일단 '아사리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제어가 아니다. 하지만 당연히 우리는 아사리+판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그래서 '아사리'를 찾아봤는데, 너무 웃기게도 '불교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바르게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승려'를 의미한다. 불량한 승려도 아니고 모범적인 승려라니. 그럼 모범적인 승려들이 모인 판이 아사리판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반어적인 표현인가?
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45084&cid=50802&categoryId=50811
아사리판
작금의 우리 현실은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 원칙과 정도(正道)는 무시되고 편법과 사도(邪道)가 횡행하는 말법(末法)의 시대이다. 정치판도 그렇고, 교육계도 그렇고, 경제계도 그렇다. 어느 분
terms.naver.com
우선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두 가지 어원설이 있는데, 첫번째는 빼'앗'다 할때 '앗'에서 유래하여, 빼앗고 빼앗기는 자들이 모인 판 (한마디로 난장판)이고, 두번째는 위에서 찾아보았던 '모범적인 승려들의 모임'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듯이, 모범적인 승려들이 모여도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다소 상상의 날개를 펼친 해석이다. 이렇게 자주 쓰는 표현인데 국어사전에도 등재가 안되어 있고 확정된 어원도 없다는 건 굉장히 흥미롭다.
2. 말다
워드파일을 PDF파일로 바꿀 때 '변환'한다고 한다. 실제 워드에서는 '내보내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적어도 우리회사에서는) 이걸 '말다'라는 동사를 사용하는 걸 입사 후 처음 듣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이거 PDF로 말아서 보내줄래?"라는 식으로 자주 쓰인다. '말다'는 종이 같은 걸 둥그렇게 할 때나 쓰는 표현인데 어쩌다가 '변환하다'의 동의어가 되었을까?
'김밥을 말다'처럼 뭔가 마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걸 생각한 걸까? 신기하게도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 'turn'은 'turn A into B'라고 하여 A를 B로 바꾼다는 뜻이다. 뭔가 공장에서 기계를 '돌려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정확히 무슨 어원인지, 다른 용례는 없는지 알고 싶지만, 인터넷에 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외래어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편이니 검색 결과가 좀 있는데, 이렇게 한국어의 은근한(?) 다른 뜻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니 굳이 찾아보질 않는 것 같다.
이렇듯 회사에선 어원도 뜻도 잘 모른채 말만 통하면 바로 쓰고 익히는 경향이 있다. 언어에 딱히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보니, 오히려 언어사용의 적나라함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의사소통이 중요하다해도, 지나친 외래어 사용이라던지 용법이 아예 틀린 표현들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음 편에선 '마도잡다'와 '티타임'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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