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s Library

뭔가 특별한 "lessor"의 발음, 그 안에 숨겨진 의미? 본문

What I Study - Language

뭔가 특별한 "lessor"의 발음, 그 안에 숨겨진 의미?

kye2330 2022. 3. 18. 23:14
728x90

영어로 임대차 계약을 lease라고 하며, 임대인(빌려주는 사람)을 lessor, 임차인(빌리는 사람)을 lessee라고 한다. '리스계약'이라는 말은 한국에서도 외래어로 자주 쓰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lessor, lessee는 헷갈릴 수 있다. (한국어로도 임대인과 임차인이 헷갈리는 것처럼.) 하지만 단순 의미만 어려운 게 아니라, 이 단어에는 특이한 점이 좀 있다.

 

보통 행위자를 나타내는 접미사(suffix)를 붙일 때 앞 단어의 형태를 거의 바꾸지 않고 -or/er/ee를 붙인다. 하지만 lessor/lessee는 그렇지 않다. 임차인은 leaser/leasor가 아니라 lessor이며, 임대인은 leasee가 아니라 lessee이다. lessor/lessee만 들으면, 임대차 계약이 lease인지 추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자주 가는 어원 사이트인 etymonline.com에서 lease/lessor/lessee에 뭔가 특별한 점이 있나 찾아봤는데 명확하게 나오진 않는다. 세 단어 모두 Anglo-French "lesser"에서 유래했다는 말 외에는...

 

contract -> contractor

instruct -> insturctor

prosecute -> prosecutor

teach -> teacher

abduct -> abductor, abductee

lease -> lessor, lessee

 

그렇다면 lessor, lessee의 발음은 어떨까? 사실 이게 오늘 글의 하이라이트이다. 위의 -or/er 예시 단어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접미사 부분은 강세를 넣지 않고 /ər/로 읽는다. 특별할 것이 전혀 없다. 그런데 며칠 전 영국인들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그들이 lessor를 발음하는 것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레쏘오-] 마치 "sore throat"처럼 발음하는 것이다. -or를 길게 발음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강세를 주는 경우도...! 1시간동안 lessor을 꽤나 여러 번 언급했는데 들을 때마다 뭔가 거슬린다고 해야하나 ㅋㅋ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잘 배운 원어민들도 틀리게 발음을 하는건가 싶기도 했다가, 영국 영어라서 다른 건가 싶었다가, 실제로 lessor만 내가 모르는 발음이었나 (실제로 lessor를 문서가 아닌 말로 들은 건 처음이므로).. 그래서 오늘 lessor 발음에 대해 인터넷을 좀 찾아봤다.

 

우선 Oxford Learner's Dictionaries에 따르면 실제로 lessor의 -or은 다른 단어들과 다르다. (여기서 마지막 r 발음 여부만 영국/미국식 차이) 다른 -er/or는 강세 없이 schwa로 발음하는 반면, lessor에서는 확실히 길고 [오]에 가깝게 발음해야 한다. 미국영어 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Merriam-Webster에서도 lessor의 발음을 [오]에 가깝게 적어놨다. 즉 미국/영국 영어의 차이는 아니다. (그냥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따흑)

 

lessor /leˈsɔː(r)/

instructor /ɪnˈstrʌktə(r)/

teacher /ˈtiːtʃə(r)/

advisor /ədˈvaɪzə(r)/

tailor /ˈteɪlə(r)/

 

그렇다면 실제로도 이렇게 발음할까? 내가 즐겨 찾는 사이트 YouGlish에서 lessor를 찾아봤다.

(YouGlish는 내가 원하는 단어/표현을 검색하면 그게 포함된 유투브 영상을 찾아주기 때문에 실제 발음/억양을 확인할 때 아주 도움이 많이 된다. 강추!!) https://youglish.com/

일부 영상에서는 거의 "lesser"처럼 or을 과장되지 않게 발음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less + or"처럼 발음을 했다.

 

왜 lessor만 특별한 발음을 갖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한 가지 말도 안되는(?) 추측을 해 보자면...이미 "lesser (더 작은)"라는 단어가 이미 존재하고 이것과 발음이 겹치지 않게 발음이 변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그래도 lessor의 지위는 lesser하지 않으니.. 좀 더 특별함을 부여하려는 게 아닐까? 실제로 etymonline에 따르면, or/er 둘 다 쓸 수 있는 경우 or이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을 주는 방향으로 의미가 부여되었다고 한다.

 

The use of -or and -e in legal language (such as lessor/lessee) to distinguish actors and recipients of action has given the -or ending a tinge of professionalism, and this makes it useful in doubling words that have a professional and a non-professional sense (such as advisor/adviser, conductor/conducter, incubator/incubater, elevator/elevater).

 

즉 안그래도 lessor는 단순히 빌려주는 사람(lender)이 아닌, 임대차 계약상 '임대인'이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내가 하는 일에서도 lessor들은 갑이다..) 그러니 철자뿐만 아니라 발음으로도 그들을 특별히 구분할 무언가가 필요했을 수도... (물론 어떻게 해도 less+or도 딱히 추켜세우는 느낌은 아니지만 ㅋㅋ)

 

아무튼 lessor를 통해 영어는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는 말처럼, 알고 있는 단어도 다시 한번 찾아보며 발음도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