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활용한 특이한 강조: "and a half", "squared"

"He's persnickety squared."

미드를 한창 열심히 보던 시절 Monk에서 나온 대사이다. "He's persnickety"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squared는 무엇인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한참 뒤에 미국인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제곱을 의미하는 squared라고 한다. 직역하면 "제곱으로 까다롭다"로, 매우 까다롭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 이후로 이런 표현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굉장히 참신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15년이 지난 오늘, 보고 있던 미드 Manifest에서 흥미로운 표현을 발견했다.

"Apologies and a half."

 

시즌 1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대사로, 비행기가 우회하여 다른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장이 알리면서 사과할 때 말한 대사이다. 처음에는 and a half가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in a half로 생각해서, 처음 반은 미안하고 나머지 반은 미안하지 않다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상황상 죄송하다고 해야 할 상황. 그래서 설마 이게 특정 표현일까 의심이 되었지만 일단 사전을 찾아보니 이게 실제로 사전에 수록된 표현인 것이다.

 

Merriam-Webster 사전에 따르면 "and a half"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풀이: used to say that something is very good, large, difficult, etc.

예시: That was a meal and a half! / Renovating a house is a job and a half.

(출처: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and%20a%20half)

 

"a dollar and a half"라고 하면 1.5달러를 의미하는 것처럼, X and a half라고 하면 X의 1.5배라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그냥 X보다는 더 크다는 의미로 강조할 때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이 표현을 실제로도 자주 쓰는지 궁금했는데, 원어민 튜터에게 물어봤더니 가끔 실제로 쓴다고 한다. (즉 미디어에만 나오는 오글거리는 표현은 아닌 듯.) 그리고 예시에는 긍정/부정 모두 쓰이지만, 그 사람은 보통 부정적일 때 많이 쓴다고 한다. 일례로 욕으로 쓰이는 "a bitch and a half"을 알려주었다. ㅋㅋㅋㅋㅋ 어디서 들어본 듯.. 누구나 뜻은 짐작이 가겠지만 궁금하다면 Urban Dictionary를 찾아보길..

 

제곱도 강조로 쓰이고, 1.5배도 강조로 쓰이다니 흥미롭다. 오히려 double이나 triple을 강조의 의미로 사용한 걸 보지 못했다는 게 이상할 정도이다. 아니면 아마도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사전에까지는 등록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누군가는 사용했을 것 같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어느 언어나 그렇듯이 한국어에도 강조 표현이 아주 다양하지만, 이렇게 숫자를 활용한 표현은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생각해보니 몇년 전부터 유행어가 되어 버린 "1도 ~하지 않다"라고 할 때의 1이 그나마 유사한 예시이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