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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들겨보자: shepherd와 sheep, 발음과 어원

kye2330 2022. 3. 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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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p, shepherd 두 단어에 대한 생각은 사실 전혀 양이나 동물과 관련 없는 경제 팟캐스트를 듣다가 시작되었다. OPEC 회원국들은 마치 'herding cats'과 같다, 즉 단순히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모인 것이라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에 바쁘고 단결력이 없는 조직이라고 설명하는 상황이어서, 그 표현을 인터넷에 찾아 보았다. 일단 말이 나왔으니 정리를 해 보자면:

 

herding cats:

An idiom denoting a futile attempt to control or organize a class of entities which are inherently uncontrollable—as in the difficulty of attempting to command individual cats into a group (herd).

 

흔히 '떼'라는 명사로 알고 있는 단어 herd는 a herd of cows 같이 쓰이는데, 동사로는 '모으다'라는 뜻으로 쓰이며 위의 이디엄처럼 herding cats, 아니면 더 일반적으로는 to herd sheep 처럼 쓰인다.

 

생각해보니 '양치기'라는 단어 shepherd도 잘 뜯어보니 shep+herd이다...!!! (이거 나만 충격인가?! ㅋㅋ) 평소에 양치기라는 말을 할 일은 없지만, 비교적 흔한 영미권의 성(surname)이기 때문에 사람 이름에서 자주 들어보았다. 특히 내가 예전에 즐겨 봤던 미드 로스트(Lost)에서 주인공인 Jack Shepherd 때문에 더 익숙했다. shepherd라는 단어를 외울때, 그리고 나중에 들을 때 딱히 별 생각이 없었고 이 단어를 뜯어볼 생각은 안했는데.. 진짜 말 그대로 'herd'라는 동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 가지 더 충격은 shepherd의 발음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shep+herd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 나는 흔히 'ph'가 [f] 발음이 난다는 규칙을 적용해서 /ˈʃefərd/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영어사전을 다시 한번 찾아보니 /ˈʃepərd/인 것이다. 즉 양을 의미하는 'shep'을 먼저 발음한 뒤, 'herd'에서 [h]는 탈락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학습자가 흔히 범하는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ㅋㅋㅋ)

 

변명을 늘어놓자면, 위에 말했듯이 shepherd라는 말을 쓸 일이 평소에 거의 없고, 사람 이름으로 쓰일 때도 보통 사람 이름을 영어사전으로 찾아보며 발음 연습을 하지 않다보니..ㅋㅋ 그냥 어물쩍 넘어갔던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혹시 몰라서 YouGlish에 "shepherd"로 영상을 찾아보니, 워낙 빨리 발음하긴 하지만 잘 들어보니 /ˈʃepərd/라고들 하네.. Mr./Ms. Sheperd를 언젠가 만난다면 이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ㅋㅋㅋ

 

그렇다면 shepherd의 형태로 다시 돌아가보자. herd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양'을 의미하는 부분이 왜 sheep이 아니고 단모음 shep이 되었을까? 우선 etymonline에서 shepherd의 어원부터 찾아보았다. 양치기라는 직업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Old English 시절에도 shepherd가 존재했는데 (물론 형태는 다르지만) '양'에 해당하는 부분이 sceap이다. 물론 철자는 ea로 적혀 있지만 이게 장음일지 단음일지는 구분이 안간다. (영어사 배운거 다 까먹었... 흑)

Old English sceaphierde, from sceap "sheep" (see sheep) + hierde "herder," from heord "a herd" (see herd (n.)).

 

그래서 "sheep"으로 다시 찾아보았다. sheep의 어원을 보면 뭔가 나오겠지..

ruminant mammal, Old English sceapscep, from West Germanic *skæpan (source also of Old Saxon scap, Old Frisian skep, Middle Low German schap, Middle Dutch scaep, Dutch schaap, Old High German scaf, German Schaf), of unknown origin.

 

좀 허탈하게도 sheep의 어원은 알 수가 없지만, 게르만어 계통에서 '양'은 모두 비슷한 단어들는데, Old English에서 sceap, scep 두 개로 쓰였다는 것을 보아하니 장/단음으로 모두 사용된 것 같다. 아님 적어도 단음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었던 셈.

 

추가로, sheep은 단복수가 동일하다는 점에서도 특이한 단어인데, 이에 대한 설명도 간단히 나오긴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건 별도로 깊이 파야 하는 주제일 것 같아서 여기서는 패스...

 

결론: '너무 당연히' 알고 있는 단어의 발음이 복병일 수 있다. 물론 최근 알게 된 단어들은 항상 발음과 어원을 함께 찾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알고 있는 단어도 형태론(morphology)적인 접근을 해보면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