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스키복장
- 농산물 엠바고
- 와사비쉬림프버거
- 서초구립양재도서관
- 풍경맛집
- 중국어 듣기
- 재택근무를 영어로
- 영어와 한국어
- Metalhead
- 제스티살룬
- 웹사이트 영어
- 호안가
- 중국 디지털 화폐
- DCEP
- 모바일 페이
- 양재도서관
- 중국어
- 아사리판
- 중국어 팟캐스트
- 애기나리 수경재배
- TBS eFM
- 급여체
- 애기나리
- Work from Home
- 슈퍼라디오
- 수경재배
- underperform
- 천애만리정
- shine Muscat
- franchise어원
- Today
- Total
YK's Library
2023.06.03 미국 테네시로 가는 멀고도 험한 길 본문
오전 10시 35분 디트로이트행 비행기를 타러 인천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을 탔다. 다행히 버스를 타고 두 정류장만 가면 리무진 정류장이 나온다. 전날 야근하고 집에 와서 부리나케 짐을 싸서 잠도 많이 못 잤기 때문에 피곤할 줄 알았는데 리무진에서 잠이 오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직 준비 못한 것들을 찾아보느라 바빴다. 미국에서 유심을 갈아 끼우기 전 한국에서 해야할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렌트카 관련한 내용도 다시 찾아봤다. 두 달동안 준비한 여행을 드디어 가게 되다니..! (물론 1년 전에 비행기표를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거의 즉흥적인 여행에 가깝지만 나름 두 달이 너무 빡세서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막 지어졌을 때 한번 구경 오긴 했지만 실제로 여기서 비행기를 타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토요일이라 붐빌 것으로 예상했지만 너무 일찍 와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우리는 코드쉐어이기 때문에 모바일 체크인이 안돼서 카운터에서 직접 체크인을 해야 했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가자마자 바로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카운터로 가는 길에 갑자기 델타항공 직원 분이 미국 보안국(?)의 요청에 따라 입국심사에 준하는 각종 질문을 했는데 심지어 다니는 회사 이름까지 물어봤다. ㅋㅋ 나도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환승 시간에 대해 물어봤는데 2시간이면 생각보다 촉박할 거라고 얘기해서 그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비행기표를 살 때만 해도 환승 시간에 대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여행 정보를 찾아볼수록 환승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심지어 항공사 직원마저도 바쁘게 움직이라는 얘기를 할 정도이니.. 디트로이트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최대한 빨리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싸온 음식을 마저 먹고 보안수속을 밟으러 갔다.
** 깨달은 점: 코드쉐어는 생각보다 불편하다. 대한항공-델타항공 중 한 항공사 사이트에서 모두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두 항공사에 모두 들어가서 각자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 모바일 체크인도 안된다. 편한 여행을 위해서는 가급적 코드쉐어를 피해야겠다.
보안수속을 통과하고 나서 면세점 구역으로 들어왔는데 1시간이나 넘게 시간이 남아서 여유롭게 돌아다녔다. 우선 게이트 위치를 확인했는데 대형 항공사라 그런가 게이트가 가까운 건 정말 좋았다. (저가항공만 타고 다녀서 그런지 항상 멀리까지 갔던 것 같은데..) 항상 면세점만 오면 선글라스를 껴보게 되는건 나만 그런가 ㅋㅋㅋ 뭔가 특이한 선글라스/안경 가게를 구경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40분 전에 게이트로 갔다. 면세점 쪽은 한산했는데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온 게이트는 거의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 이제 입장할 때가 돼서 사람이 슬슬 빠져야 하는데 왜 많은지 의아했는데.. 그때 들리는 안내방송. 우리 비행편이 연기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왓??? 안그래도 2시간 촉박한데 여기서 비행기까지 연기되면 어쩌라는거지?!?! 역시 여행이 순조롭게 이뤄질리가 업써...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나 특유의) 비관적인 생각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구나..
이미 일어난 일 어쩔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비행기 도착과 동시에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뿐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그때 탑승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오래 걸릴 것 같았던 탑승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예상했던 시간에 출발했다. 안내방송 한 마디에 지옥을 갔다가 다시 천국에 온 느낌이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디트로이트 도착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환승해야 한다!!!
비행기 안부터 이미 미국 그자체였다. 2019년 말 유럽출장 이후로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다보니 갑자기 급격히 외국인 비율이 늘어난 공간에 들어오니 좀 신기했다. 한참 통로를 따라 들어가서 우리 자리가 나왔다. 어렸을 때는 바깥 구경이 좋아서 창가 자리를 고수했지만, 장거리 비행을 몇 번 해보니 바깥 풍경은 금방 질리고 결국 화장실 가기 편한 곳이 최고더라. 그래서 우리는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내 옆자리에는 중국계로 보이는 여자 혼자였다. 델타에서 주는 키트에는 귀마개, 안대, 슬리퍼가 있었다. (대한항공은 슬리퍼와 치약/칫솔을 주고, 귀마개와 안대는 요청을 해야 주는 것 같다.)
** TIP: 혹시 호텔에서 신을 슬리퍼를 따로 챙겨오지 않았다면 기내에서 주는 슬리퍼를 꼭 챙겨가자. 요즘 원가 절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렴한 호텔뿐만 아니라 4성급 호텔인 메리어트에서도 슬리퍼가 없어서 매우 불편했다. 슬리퍼 꼭 챙길껄껄껄..
처음에는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를 샅샅이 뒤지며 볼만한 걸 찾으려고 했다. 최근에 많이 들어봤던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괜찮을 것 같아서 틀었는데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 내용이어서 금방 포기했다. (집에서 봤다면 끝까지 봤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음) 결국 내 최애 드라마 오피스로 회귀했다. 내가 본 시즌이긴 한데 그래도 재밌다. 더 웃긴건 내 앞줄에 앉은 두 명도 도착할 때까지 오피스만 보더라 ㅋㅋㅋㅋ 솔직히 지금까지 본 미드 중에 오피스보다 재밌는 건 못찾은 것 같다.
12시간 넘게 비행하다 보니 기내식 2번에 Light Meal이라고 하는 간식이 1번 나왔는데, 배가 부를 정도로 많이 나오지도 않은게 좀 아쉽다. 일부러 자기 위해서 화이트와인이랑 같이 먹었는데 적절히 안주로 먹기에 좋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델타항공 기내식에 적당히 만족했는데, 귀국할 때 탔던 대한항공 한식을 먹어보니 델타는 너무 부실했다. ㅋㅋ 난 어쩔수 없는 한국인인가보다..)
이제 밥도 먹었겠다 조명도 꺼졌겠다 살짝 나른한 틈을 타서 잠을 자려고 했는데 우리 칸에 복병이 있었다. 바로 끊임 없이 들려오는 아기 울음 소리.. (그냥 작게 우는 것도 아니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울음) 나름대로 노이즈캔슬링 모드로 버즈를 끼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소음은 대부분 차단됐는데 애기 울음소리만큼은 고막을 뚫고 들려왔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12시간 내내 울었다... 나중에 너무 피곤하고 열받아서 그 사람 자리까지 찾아봄. 물론 따지지도 못하고 그냥 오긴 했지만 고문 그 자체였다. (비상구 좌석에 앉았던데.. 비싼 돈 주고 비상구 좌석 앉은 옆 사람들 후회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영화/드라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반(50%)수면도 아닌 15% 수면 상태로 비행을 했다.
어찌저찌 해서 약 12시간이라는 내 생애 최장 비행을 끝내고 디트로이트에 도착했다. 우리는 Main Cabin으로 거의 뒷부분이었기 때문에 비행기가 내리고도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예상 도착시간이 오전 10시 55분이었는데 25분 일찍 도착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환승 시간이 늘어났다. (일찍 도착했다고 델타항공 앱에서 알람까지 보내줌..ㅋㅋㅋ) 그래도 방심할 수 없으니 분주하게 비행기에 내려서 공항으로 들어갔다. 피곤하지만 우리는 이 전쟁 같은 환승에서 이겨야 한다!!!
환승 과정은 1) 입국심사 (Immigration) 2) 가방 체크인 (Baggage Re Check-in) 3) 보안수속 (Security) 4) 국내선 탑승이었다. 그냥 표지판이 따라가라는 데로 가서 줄을 섰는데 그게 바로 입국심사 줄이었다. 하와이에서 입국심사는 초스피드로 끝났기 때문에 여기서도 별 일 없겠지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 입국심사 줄은 거의 300명이 서 있는데 입국심사 창구는 단 1개였다. 그나마 우리는 30번째정도라서 빨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놀랍게도 50분이나 기다렸다. (여기서부터 미국 사람들 일 못하는거 대서막이었음) 대기 줄도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불평등하게 만들어 놨다. 처음에는 창구가 1개라서 한줄서기를 하다가, 거의 30분쯤 기다리니까 사람들의 원성이 들렸는지 두 번째 창구를 열어줬는데, 어이없게도 우리는 못 움직이게 하고 뒤에 있는 사람들을 두 번째 창구로 옮겼다. 결국 우리는 기다릴 대로 다 기다린 꼴이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우리 쪽 창구 직원이 굉장히 느리고 꽤나 많은 사람들을 세컨더리룸으로 끌고 가는 저승사자였다. 끌고 가면 그때 다른 직원이 와서 빨리 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세컨더리룸으로 가는 사람이 늘수록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계속 늘어났다. 비행기가 그나마 일찍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정시 도착했거나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환승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물론 마음 한켠에는 설마 우릴 버리고 가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이 다 빠졌을 때쯤 우리 차례가 왔다. 앞선 사례를 보니 일행이면 같이 가서 심사를 받아도 되는 것 같아서 남편과 같이 갔다. 50분동안 내가 분노의 눈길로 쏘아 봤던 저승사자가 우리 눈 앞에 있었고 그 사람은 여전히 피곤한 눈빛으로 무심하게 질문했다. ㅋㅋㅋ 우리에게 물어본 질문은, 1) 둘의 관계 2) 내슈빌에 가는 목적 3) 무슨 학회인지 4) 각자의 직업이었고 (세 개 모두 내 예상 밖 질문이었음) 마지막으로 나에게는 예전에 ESTA 비자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11년 전이었는데 과거 기록도 조회가 되나보다 ㅋㅋㅋ 다행히 우리는 진실의 방으로 끌려가지 않고 신속하게 통과했다.
** 깨달은 점: 생각보다 입국심사가 많이 길어질 수 있으니 비행기 착륙과 동시에 최대한 빨리 입국심사줄을 서야 한다. 그나마 우리 비행기 사람들만 있어서 다행이지 다른 비행기도 동시에 착륙한다면 입국심사줄은 어마어마하게 길어질 것 같다. 일행은 가급적 같이 심사를 받고 영어 잘하는 사람 한 명이 대표로 얘기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 (적어도 의사소통이 안돼서 끌려가는 길은 없을 테니ㅋㅋ)
입국심사를 통과하니 약 1시간 정도 남았는데 다행히 그 이후의 과정은 수월했다. 가방 체크인도 한명씩 줄 서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 가방만 올려두면 되는 것이었고, 보안수속은 층이 달라서 헤매긴 했지만 물어서 찾을 수 있었고, 줄도 다행히 길지 않아서 신속하게 끝났다. 신발까지 벗어야 하는 게 좀 특이했지만 그냥 이 나라 규정이려니 생각했다. (확실히 공항 직원들이 한국보다는 좀 위압감 있게 생김) 이제 게이트 앞에서 내슈빌로 가는 국내선 탑승을 기다리는데 여기부터는 방금 탔던 비행기와 느낌이 사뭇 달랐다. 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백인이었다. ㅋㅋㅋㅋ (앞으로 정말 흔하게 볼 풍경이었지만 처음이라 낯설었음..)
국내선 비행기는 양옆 두 좌석밖에 없어서 굉장히 작았는데 1시간 10분 정도만 타고 갈 거라 별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 비행기에서는 아기 울음소리 때문에 못자서 피곤했는데 환승 때문에 더 피곤해져서 1시간동안 파워 꿀잠을 자버렸다. 어차피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없고 음식도 물/커피 & 스낵만 주니 차라리 자는 게 이득이기도 하다. 그렇게 장장 15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낮인 1시 35분에 우리는 드디어 첫 여행지인 내슈빌에 도착했다..! 곧 30분 후 분노할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채...
'Where I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6.03 내슈빌(Nashville) - 취향 저격 숙소와 그렇지 못한 첫 식사 (0) | 2023.07.03 |
---|---|
2023.06.03 내슈빌(Nashville) - 처음부터 진땀 뺀 렌트카 픽업 (0) | 2023.07.01 |
미국 테네시 여행 - 저절로 "Excuse me" 달인이 되는 과정 (0) | 2023.06.26 |
도서관 리뷰 - 세련미와 아늑함이 가득한 서울공예박물관 내 공예도서실 (0) | 2023.01.29 |
수제버거 0순위 - 서울숲 제스티 살룬을 즐기는 법 (0) | 2021.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