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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Think

2023.09.08 완벽한 1주년 기념일

kye2330 2023. 9.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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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예식장은 평일에 중식당을 운영하는데, 결혼식을 한 사람들에게는 1주년 기념 평일 식사권을 제공해 준다. 원래는 저녁 식사권이라 엄밀히 말해서 퇴근하고도 갈 수 있지만, 오랜만에 캠퍼스도 여유롭게 돌아다니기 위해 종일 휴가를 냈다. 날씨는 결혼식 날과 신기할 정도로 똑같았다. 구름 한점 없이 아주 화창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때보다 더 더웠다. 그때는 8월 말이고 지금은 10일이나 지났는데 지금이 더 덥다니.. 아무튼 통창 옆에서 식사를 하는데 나무에 둘러쌓인 느낌으로 식사도 맛있고 하니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문대/사범대 쪽으로 슬슬 내려왔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없어서 아주 한산했다. 하도 외부인들이 많이 와서인지 이제는 학생증 없이 들어갈 수 없는 공간도 많아졌다. 벽에 붙어 있는 게시판들을 유심히 봤는데, 하반기라 그런지 기업 채용 포스터들이 많이 붙어 있었다. 인문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인지 학생들의 삶도 팍팍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 대학 생활이 낭만적이었던 건 아니다.) 내가 취업할 때가 제일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세상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제 학생회관으로 가서 식당을 구경했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서인지 메뉴판을 모두 치워놨는데, 가격은 확실히 많이 올랐다. 그리고 지하는 분식집 스타일로 꾸며서 별미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음식 자판기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졸업한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그간 코로나니 인플레이션이니 모든 게 급격하게 일어나서인지 내가 다니던 학교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달라진 걸 느껴서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런 변화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과거의 나와 미약하게나마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대학교 생활이 100% 만족스럽거나 행복하진 않았지만 같은 공간으로 돌아와서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학교를 오면 항상 졸업 즈음 진로와 인생을 고민하던 내가 떠오른다. 당시 학자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취업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를 택했다. 대학 생활 내내 전자만 생각을 해왔지만 실제로 와닿는 진로는 아니었다. 그 삶을 실제로 구현한 사람이 가까운 주변에 없어서일까. 당시 나름 합리적으로 고민해서 후자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드는 생각으로는 오히려 의식보단 무의식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나는 후자를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로 전자를 택하지 않은 것이 내 인생의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은 역 주변에서 유명한 것으로 보이는 팥빙수를 먹었다. 결국 점심식사 - 산책 - 후식이라는 단순한 코스였는데도 집에 돌아오니 꽤 피곤했다. (역시 학교는 가기 전과 도착 직후가 가장 재밌고 돌아올 때 급격히 피곤해진다.) 별것도 안했지만 나의 20대부터 결혼까지 이어지는 작은 타임라인을 되돌아본 것 같아 정말로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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