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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주차 일기 본문
2026.05.19 (화) 바선생, 행복함, 출산 후 증상
오늘은 생후 3주 0일이다. (임신 때만 이런 주수 챙길 줄 알았는데 이게 시작이었다..) 벌써 아기와 만난지 3주나 되었다니!
어젯밤 바선생 소동이 있었다.
밤 12시경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잠을 자다가 이제 교대하러 일어났는데, 창문 옆 벽면에 바선생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서서히 내려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크기도 너무 크고 아기랑 단둘이 새벽에 바선생과 동침할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해서.. 남편에겐 좀 미안하지만 남편과 방을 교체했다. ㅋㅋㅋ 남편이 아기방에서 바선생과 함께 자고, 나는 안방에서 아기랑 자고.. 정말 급하게 필요한 아기침대랑 손수건 등이 든 트롤리만 옮겨왔다. (즉 이걸로 알 수 있는 필수 육아템은 아기침대, 각종 물건 수납 가능한 이동식 트롤리와 기갈대.. 물론 기갈대는 너무 커서 못옮김) 제발 새벽에 응가 기저귀를 갈거나 이유 모를 울음이 없기를 바라며 안방에서 잠을 청했다. 다행히 아기는 유니콘베이비같이 딱 2시간 간격으로 배고파서 일어났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미리 알람을 해놨기 때문에 별 이슈 없이 새벽을 보낼 수 있었다. 아마도.. 그 전날 저녁 6-9시 3시간동안 신나게 울며 체력소모가 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젖을 물리면 해결되었지만 그 간격이 지나치게 짧았다.. 2.5시간동안 5번...)
아침에 다시 아기방으로 들어갈지 (남편은 바선생 아무리 찾아도 안보인다고 해서), 아니면 그냥 안방에서 지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문득 이제 엄마가 되면 바선생 따위 무서워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기방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혹시라도 살아 있다면 내가 처리할 마음으로. 산후관리사님이 왔을 때 짐을 옮겨달라고 했고, 그 전에 내가 쓱 훑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 봤던 바선생 추정 물체가 침대 아래에서 임종을 맞이했다. (그야말로 그 침대가 "deathbed"였다. 침대 위가 아니고 아래였을 뿐..) 그나마 다행이다. 짐을 옮기고 나서도 안보였으면 좀 불안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시체를 확인했으니..!
** 모유수유와 산후 행복감
모유수유 책으로 예습했던 것처럼 신생아는 12끼를 먹기 때문에 직수 완모를 하게 되면 한동안 제대로 된 잠을 못잔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직수 완모를 결심했을 때에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걱정되고 불안했다. (조리원에서도 나가서 2-3주가 제일 힘들다고 겁을 많이 줬기 때문) 하지만 이 힘든 미션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젖을 먹는 사랑스러운 아기의 모습을 하루에 12번이나 잠도 자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싶다. 호르몬 분비로 인해 산후우울증이 생기기 쉽고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나도 눈물은 많아졌지만 (거의 매일 최소 한 번은 우는듯..) 그건 우울해서가 아니라 너무 행복하고 감격스러워서이다. 젖을 물고 오물오물거리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이게 엄마가 느끼는 모성애인가..) 평생 이 소중한 아이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 이 아이가 나에게 와 주어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 임신 준비 기간에 느꼈던 스트레스와 출산의 고통이 모두 싹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난임병원 다닐 때만 해도 여자로 태어난 운명이 참 슬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여자로 태어나 엄마가 되고, 임신했을 때처럼 아이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물론 어제 6-9시 시도때도 없이 수혈하지 않으면 자지러지게 울고, 저녁밥도 제때 못먹으며 물리니 지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내가 느끼는 건 산후우울감이 아닌 산후행복감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즐겨야겠다.
** 출산 후 증상의 추이
- 오로는 최대 5-6주까지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열심히 직수한 덕분인지 조리원 퇴소 무렵부터 양이 줄어서 기저귀에서 생리대로 갈아 탔다. 임신 기간 중 생리대를 안 써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때 안쓴 생리대를 한 번에 엄청나게 쓰는 중이다. ㅋㅋㅋ 그래도 오로가 나중에는 빨간색에서 흰색으로 바뀐다는데 나도 거의 흰색으로 바뀌어서 그건 다행이다.
- 회음부를 많이 절개하진 않았다고 해서 의자에 앉을 때나 변기에서 통증이 심하진 않았는데, 오늘 아침 대변에서 피가 조금 묻어 나왔다. 이것이 바로 치질인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두고 봐야겠다. 집에 건식좌욕기밖에 없긴 한데 이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 요실금도 병원 퇴원 & 조리원 입소할 때만 해도 너무 심해서 앞으로 평생 (오로 때문이 아니더라도 요실금 때문에) 기저귀 차고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이것도 조금씩 좋아지고는 있는데 아직은 소변 중간에 끊지를 못하겠다. 이것도 두고 봐야 할 증상이다.
2026.05.21-22 (목-금) 공포의 배앓이
배앓이로 추정되는 현상이 이틀 연속 저녁 8-10시경 발생했다. 이전부터 배앓이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완모 중이니 막연히 우리한테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것이 왔다.. 배앓이의 특징적인 '강성울음'이란 생각보다 매우 강했다. 평소에도 크게 울 때면 어떻게 저런 작은 몸통에서 큰 소리가 나나 싶을 정도였는데 이 울음은 어나더 레벨이었다. 배앓이의 정식 명칭인 '영아산통'이라는 말처럼 정말 비명에 가까운 울음이었고 한번 시작되고 나니 단순히 안아주거나 달래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 1시간 반 정도 멘붕을 겪고 (1시간이나 걸렸던 이유는, 처음에는 배고프거나 빨기 욕구 때문인 줄 알고 젖을 두 번이나 물렸기 때문..), 남편이 유투브에서 찾은 배앓이 해결 자세 (허벅지에 엎드리게 한뒤 두드리는 것)를 시도하니 정말 감쪽같이 아기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좀 토닥이니 트름도 몇 번 나오고 빵빵했던 배가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다른 자세도 시도해봤다. 평소 같이 세워서 안은 뒤 손바닥을 척추 위부터 아래로 천천히 쓸어서 내려오는 자세였는데, 이 자세로도 트름이 몇 번 나왔다. 이렇게 트름과 방귀가 몇 번 나오고 나니 아기는 훨씬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이틀을 세게 맞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든 우리는 평소 배마사지와 트름시키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고, 더더욱 전우애 넘치는 파트너로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었다. (물론 배앓이 도중 남편과 나의 의견 충돌로 인해 싸우기도 했지만...) 나는 input (수유) 담당이므로 최대한 수유 전 마사지를 통해 사출을 약하게 하고, 아기가 좀 힘들어 하면 중간에 트름을 시키거나 세워 안고 진정시킨 뒤 다시 수유했다. 남편은 output (트림) 담당이므로 수유 직후 최소 20분 이상 다양한 자세로 트름을 시키고 아기가 눈을 뜨고 있는 시간에 최대한 많이 배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가 하루 종일 대변이 나오지 않은 날에 우리는 배앓이가 또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매우 걱정했는데, 자정 즈음에 아주 푸짐한 똥을 발견하고 얼마나 둘이 기뻐했는지 모르겠다. (살면서 이렇게 남의 똥에 환호한 적은 처음..) 이날 발견한 푸짐한 똥은 영상으로까지 남겨놓았고 거기에 의도치 않게 우리 둘의 생생한 반응이 담겨 있어서 나중에 얼마나 웃었나 모르겠다. ㅋㅋ
2026.05.25 (월) 수면교육에 대한 생각이 시작되다
출산 전과 출산 후 지금까지 나의 온 생각은 수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잘 먹어야 그 영양분으로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고, 출산 직후의 신생아는 수면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먹-잠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유수유 책에서도 신생아는 배고프면 깬다고 했으니 배고프지 않은 데에도 깨어 있는 게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리원 2주차부터는 뭔가 아기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집에 와서는 분명 자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도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이 귀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안고 있을 때 잘 자는 것 같아 내려놓으면 얼마 안돼서 금방 깨고, 자는 것 같으면서도 온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며 자는 게 과연 자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산후도우미 관리사분이나 우리 엄마가 집에 있을 때에는 아기가 정말 배고플 때가 아니면 수유를 시키지 않았고 (즉 아기가 울 때 그게 배고파서만은 아니라는 걸 잘 아시는 듯했음) 아기도 잠을 길게 자는데, 이상하게 나랑 남편만 있으면 툭하면 수유를 해야 하거나, 잠을 자더라도 금방 깨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기는 졸려도 스스로 잠에 들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수유뿐만 아니라 수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출산 전 별 생각 없이 읽었던 수면교육이 왜 유명해졌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 놓고만 있던 똑게육아 책을 정독해야 할 것 같아서 곧장 구매함..) 아직 사놓고 제대로 읽진 않았지만.. ㅋㅋ 이번주에 틈틈이 읽으며 흔히 말하는 먹놀잠의 개념을 정립해서 아기도 나도 행복한 1개월차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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