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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Think

생후 8-9주차 일기

kye2330 2026. 7. 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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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8 (일) 분수토를 경험하다

유투브에서만 보았던 분수토를 실제로 보게 되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금요일 저녁 왼쪽을 먹이고 트름을 시키기 직전 아기를 잠깐 침대에 눕혀 놓았는데 그때 갑자기 말그대로 분수처럼 먹은 모든 것이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저 작은 입에서 비현실적으로 많은 토사물이 나왔다. 너무 놀라서 바로 세워 안았는데 그때 바로 2차 분수토를 했다. 첫 번째 분수토는 방금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젖이고, 두 번째 분수토는 이전에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요거트 같은 질감의 젖이었다. 갑자기 연속으로 두 번의 분수토를 경험하고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설거지 하고 있던 남편을 급히 불러왔고, 일단 평소에 하던 트림 자세로 앉혔다. 아기가 뭔가 너무 힘이 없어 보였다. 숨은 쉬는데 축 처져 있다고 해야 하나.. 119를 불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폭풍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5분 후 아기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멀쩡해졌고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래도 119에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았다. 119에 직접 전화해본 건 살면서 처음이었는데, 뭔가 영유아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으로 전화를 바꿔 주셨다. 지금 상태가 괜찮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겠지만, 불안하면 가보시라고 근처 응급실과 (늦게까지 영업하는) 소아과를 알려주셨다. 우리는 일단 분수토만 있었지 토사물 색이 이상하다거나 소변 기저귀가 안나온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니 그냥 집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또 할 수도 있으니 오늘 밤은 특히나 더 오래 세워 안고, 눕히고 나서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리는 그 이후로 이상한 조짐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날보다 더 잘 잤던 것 같다. 아픈 아기를 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걸까... 처음이라 그런지 너무 막막하고, 뭐 하나라도 내가 잘못한 건가 싶어서 미안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이 정말 끊임 없이 들던 날이었다.

 

2026.06.29 (월) 2개월 시작과 함께한 접종

다행히 분수토 사건은 잘 넘어갔지만, 바로 그 다음 날 접종이 예정되어 있었다. 일단 챗선생 말로는 바로 다음 날이니 접종은 미루는 게 좋고, 분수토가 반복될 경우 유문협착증이라는 질환일 수도 있으니 그걸 먼저 진료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유문협착증을 확진하려면 초음파를 봐야 하고, 그건 동네 소아과에서 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차병원을 가야 했다. 분명 차병원은 당일 예약도 어렵고 초음파는 더욱 당일 안될 텐데.. 우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접종을 취소하고 차병원을 전화했지만 역시나 당일 예약이 안되었고 초음파도 원칙적으로(?) 당일에 안된다고 한다. 즉 차병원에서 진료를 보려면 '분수토 했어요 어떡하죠'라고 말하는 진료 1번, 초음파 보러 1번, 결과 들으러 1번, 이렇게 총 3번이나 왔다갔다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것 같았다. 정말 심각하면 그 3번이라도 가야 하는 건데, 한편으론 이게 과연 유문협착증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챗선생 말만 듣고 너무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동네 소아과에서 전화했을 때도 전날 분수토 했어도 접종하는 데 문제 없다고도 하고..ㅋㅋㅋ 그래서 지금으로서 가장 가성비 있는 선택은, 우선 동네 소아과에서 오늘 접종을 하며 분수토 관련 진료까지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취소했던 예약을 원복하고 당장 택시를 타고 소아과에 갔다.

 

1차 영유아 검진 때 진료 봤던 선생님한테 다시 갔고, 분수토 얘기를 했으나 유문협착증으로 보이진 않고 (만약 이 질환이라면 배를 만졌을 때 뭔가 다른가보다) 오히려 음낭수종이 아직 있다고 소아비교기과에서 초음파를 봐보라는 뜻밖의 소견을 주셨다. ㅋㅋㅋ 이 외에도 내가 쌓아 왔던 질문거리를 모두 해소했고, 접종도 무사히 마쳤다. 폐구균 접종하면 열이 날 수도 있다고 해서 해열제도 처방받고, 열나요 앱도 다운 받아서 오늘도 초긴장 모드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오후에 살짝 목 뒤와 몸통이 따뜻(?)해지는 것 외에 열은 37.2도 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사실상 정상..) 이렇게 2개월 접종도 무사히 넘어갔다.

 

모든 게 처음이라 긴장되고 걱정되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특히 건강에 대해서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신경이 더 곤두서게 되는 것 같다. 엄마가 웬만한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니 마음 편히 가지라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분명 회사에서 이걸 깨달았는데 아직 육아에 적용을 못했나보다. 아리는 건강하고 엄마는 강하다!

 

2026.07.01 (수) 9주차 시작 & 지난 6월을 돌아보며

기쁨, 슬픔과 절망의 눈물로 범벅이 되었던 6월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 7월이 되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몇시인지 헷갈릴 정도로 일상은 똑같다. 하지만 똑같은 일상에서 아리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제 9주차이자 본격적인 2개월 아기가 되었다. 몸무게도 이제 5.2kg대를 찍어서 상당히 묵직해졌고, 눈은 점점 더 똘망똘망해지고, 폭풍 옹알이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눈을 보고 환하게 웃는 게 단순 배냇짓이 아니라 사회적 웃음이라는 게 가장 기분 좋은 변화이다. 언제 한 번은 이렇게 나를 보고 환히 웃어주는 아리를 보고 울고 말았다. 그 동안의 힘든 순간이 생각나기도 했거니와, 이렇게 무해하고 소중한 아기를 두고 내가 우울감에 젖어 있었다는 생각에 미안했기 때문이다.

 

출산 후 몇주간은 모유수유 때문인지 옥시토신의 폭풍 분비로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면, 사실 6월은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다. 6월 초반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과 밤낮이 바뀐 환경, 그로 인한 수면 부족, 개인 시간 부족 (도수치료도 결국 못갔음), 똑같은 일상 등에서 오는 우울감도 있었지만, 남편과 내가 마주한 경제적 현실이 암담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출산휴가 몇주 전부터 시작된) 주식과 부동산 FOMO를 정통으로 경험하며 심한 우울감을 호소했고, 6월 한달 간 하루종일 같이 붙어 있었던 나에게도 그 우울감이 옮겨왔다. 물론 남편 탓만 하는 것은 아니다. 출산 한달 전부터 회사를 안 나가서인지 남들과의 비교로 인한 FOMO는 없었지만, 전세 만기는 다가오고, 이 집은 육아에 적합하지 않고,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좋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고... 육아에 올인하고 있던 와중에도 이런 걱정 근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주식은 그렇다쳐도 부동산은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급하게 저번주에 엄마 찬스로 임장을 다녀왔다. 당시 60일도 안된 아기를 데리고 임장을 다니는 건 정말 힘들었다. 엄마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임장을 다녀오고 더 혹독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약 3년 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지역이었지만, 이젠 이 지역이 우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상황이 되었달까. 좋은 동네에서 싼 전세로 살아온 게 독사과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근로소득은 한 없이 보잘것 없게 되어버린 요즘 시장에서 과연 우리 가족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 고민의 해결책은 아직도 찾지 못했지만, 7월에는 조금씩 방향을 정해보려고 한다. Taylor Swift의 노래처럼 'Cruel Summer'를 보내게 될 것 같다.

 

2026.07.02 (목) 50일의 기적이란

50일 이후로 시작된 기적을 60일이 지난 지금 버전으로 적어보려고 한다.

- 밤 수유 텀이 길어짐: 3-4시간 간격도 흔히 보이게 됨 => 하루 총 수유 횟수가 9-10번으로 줄어듦 (대부분 10번)

- 밤 각성이 사라짐: 먹놀잠에서 '놀'이 사라지고, 밤중 '먹잠'이 계속됨. 배고파서 눈을 뜨더라도 밥 먹고 나면 금방 잠에 듦

- 밤 수면시간이 길어짐: 한 번 잘 때 3시간 이상 자는 경우가 생김

- 밤중 이유 없는 울음이 줄어듦: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다음 수유까지 깨지 않고 자는 경우가 많아짐

즉 나도 밤중에 어느 정도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음!!

 

물론 여전히 새벽에 3번 깨서 수유하는건 힘들다. 특히 거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 5-7시 사이 수유는 거의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 같다. 그래서 이때 젖을 먹이고 바로 트림부터는 남편과 교대를 하고 그 이후로 9-10시 정도까지 수유 외에는 자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다음주부터는 남편이 출근을 하고, 친정에 가서도 9-10시까지는 아무도 없어서 결국 내가 혼자 해야 할텐데... 필사적으로 첫 밤잠에 나도 같이 자야 할 것 같다.

 

2026.07.03 (금) 남편의 마지막 출산휴가

시간 정말 빠르다. 오늘이 드디어 왔구나... 남편과 한달 간 둘이서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엔 나 혼자서도 씩씩하게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심지어 이 한달 동안에도 엄마가 자주 와서 아기와 내 멘탈을 케어해주었고, 남편이 출근하는 다음주부터는 친정에 가 있기로 결정했다. 친정에 가는 게 좋고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내 의지와 체력이 약한 탓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조금 씁쓸하긴 하다. 난 반쪽짜리 엄마인가 싶은 느낌. 게다가 마냥 편한 것도 아니다. 새벽에 아기가 울면 아무래도 눈치도 보이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음으로 나나 아기가 방해받을 수도 있고... 몸은 친정에 있지만 마음은 스스로 모든 걸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한달을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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