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s Library

'존버'와 'HODL' - Folk Etymology 평행이론 본문

What I Study - Language

'존버'와 'HODL' - Folk Etymology 평행이론

kye2330 2021. 4. 4. 11:26
728x90

오늘 Ark Invest에서 만든 "Big Ideas 2021"을 읽으면서 재밌는 단어를 처음 보게 됐다.

 

"Bitcoin "HODL" waves"

내가 비트코인을 잘 모르니 "HODL"이 뭔가 약어이겠거니 싶었는데, 검색을 좀 해보니 놀랍게도 이게 바로 영어의 '존버'였다. ㅋㅋㅋ

 

우선 HODL은 2013년에 누군가가 인터넷상에 글을 올리면서 'HOLD(보유)'를 오타낸 것인데, 이게 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진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유행했으면, Wiktionary에도 아래와 같이 등재가 되었다.

"(neologism) To hoard a kind of cryptocurrency, especially bitcoin."

 

en.wiktionary.org/wiki/hodl

 

hodl - Wiktionary

English[edit] Alternative forms[edit] Etymology[edit] Originally a mistyping of hold, appearing in a forum post on December 18, 2013. Pronunciation[edit] hodl (third-person singular simple present hodls, present participle hodling, simple past and past par

en.wiktionary.org

 

더 신기한건, 일단 HODL이란 용어가 생기니까 사람들이 이걸 이렇게까지도 활용한다.

hodler: 존버하는 사람

HODL: "Hold On for Dear Life"

 

이걸 보면서 진짜 감탄을 안할 수가 없는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Folk Etymology이다. 언어학 공부하면서 제일 재밌다고 생각한 개념이다. Folk Etymology란, 어떤 단어나 표현에 대한 대중들의 '잘못된' 어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치즈버거(cheeseburger)도 Folk Etymology에 의해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원래 햄버거(Hamburger)는 Hamburg+er의 조합이다. ('독일 도시 함부르크' Hamburg + '~의'를 뜻하는 er) (정확히 er가 독일의 접미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에 살때 'er'가 붙는 명칭을 꽤나 많이 봤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게 함부르크라는 도시와 연관된 줄 모르고, Ham+burger로 생각한 것이다. 충분히 그럴만도 한게, 통상 햄버거에는 고기가 들어갔으니 Ham과 burger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햄버거 같이 생긴 것을 그냥 'burger'라고도 부르고, 그 앞에 햄버거에 들어간 주요 재료를 붙여서 합성어를 만든 것이다. (cheeseburger, chicken burger 등)

 

물론 HODL을 "Hold On for Dear Life"라고 부른 사람은, 당연히 HODL의 실제 어원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심오하지도 않으니..) 하지만 Folk Etymology를 활용하여 재밌게 "Hold On for Dear Life"라고도 만든 것이다.

 

'존버'도 HODL과 평행이론이란 생각이 든다. '존버'도 원래는 비속어를 포함한 속어이지만, 이걸 다양하게 풀어쓴 사례가 보인다.

예를 들어, 유퀴즈에 나온 제재가 '존중하며 버티기'라고 얘기한 적도 있고 (이건 좀 멋있더라..) 주식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존리 말대로 버티기'라고도 하는 것 같다.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의미에서..)

 

물론 '존버'와 HODL 모두 비트코인 열풍에서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작년부터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하여) 각종 증시 열풍이 전세계로 퍼지면서 이 표현들이 계속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또 다른 신조어들도 계속 만들어질 것 같이고, 그 속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더 다양한 Folk Etymology를 만들 것이다. 이렇게 언어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하며 유희의 역할도 맡고 있다.